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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 용띠위에 개띠 (연극 이랑씨어터, since 2000)

FreeEnd 2008. 7. 14. 2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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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용띠 위에 개띠>, 이 연극의 제목을 보고 잠시 생각했다. 자축인묘, 진사오미, 신유술해(子丑寅卯, 辰巳午未, 申酉戌亥). 뭐 간단히 보자면, 진(辰)이 용이고, 술(戌)이 개를 뜻하므로 용이 앞서는 것이 옳다. 일단, 내가 개띠니 뭐 크게 문제 될 것은 없었다. 제목은 나에게 용띠와 개띠의 갈등이라는 것만 말해줄 뿐 그 이상, 그 이하의 의미도 전달해 주지 못했다.


 이 <용띠위에 개띠>가 공연되는 대학로에 위치한 이랑 씨어터. 생각보다 작은 공간, 그리고 ㅜ자 형태로 가운데가 무대이고 양쪽 옆, 그리고 앞쪽이 관람석인, 영화를 상영하는 극장에서 앞쪽에서 정면을 바라보며 영화를 감상하던 나로 써는 이 극장이 약간 낯설었다. 과연 작은 무대 위에서 얼마나 표현을 할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이 연극에 대한 기대를 꺽이게 하였다. 어차피 과제의 하나로써 라는 생각으로 연극을 찾아 대학로를 왔고, 애인의 친구가 추천해 선택한 연극 이였다. 그리고 난 애인과 극장에 앉아있고, 더 이상의 불만은 없었다.

 

 - 지견숙과 나용두, 분명한 캐릭터.


 이 내 극장의 불이 모두 꺼졌다. 웅성거리던 주위의 말소리도 점점 작아졌고 어두운 무대 가운데 조그마한 불빛이―거의 보이지는 않았지만, 무대를 준비하는 분주한 사람들의 형태를 보여주고 있었다. 그리고는 이내 불이 켜졌다. 무대에는 중년의, 금방이라도 눈을 감아 버릴 것 같은 후두암 말기의 지견숙이라는 여성이 휠체어에 담요를 덮고 앉아 있고 그 옆에는 나용두라는 지견숙의 남편이 서 있다. 그리고 그곳에서 그들은 과거를 회상한다.


 다 시 불이 켜졌다. 이번에 나오는 나용두는 중년의 나용두가 아닌 멀쑥한 모습의 20대 나용두이다. 나용두는 52년생 용띠다. 직업은 만화가이고 난무하는 경상도 사투리가 난무하는 약간 산만한 인물이다. 그는 오래된 라디오로 야구중계를 듣고 있는 중 덜렁대는 신문기자인 58년생 개띠 지견숙이 그를 찾아온다. 지견숙은 용두와 함께 사는 선배를 인터뷰하러 왔지만 그를 만나지 못하고 기다리면서 나용두와 함께 라디오 야구중계를 듣게 된다. 야구중계를 듣는 중 그 둘은 어떤 선수의 출신교를 놓고 서로 다투다 내기를 하게 된다. 이 내기에서 이긴 나용두는 지견숙에게 청혼을 하고 그들은 이내 결혼하게 된다.

 

             


 대 략 이쯤까지가 연극의 도입부이다. 작은 무대에서 불이 꺼질 때 마다 장소가 바뀌었다. 처음 들어왔을 때 느꼈던 ‘작은 무대’는 연극의 두 장이 지났을 뿐 이였는데 나의 생각을 바꾸어 놓았다. 무대는 장소 같지가 않았다. 마치 그림을 그리면 변하는 캔버스와 같았다. 공원 벤치를 놓으면 공원이고, 창문을 달고 책상과 캐비넷을 놓으면 작업실로 변했다. 나는 정면 관람석에 있었지만 측면 관람석에서 보이는 무대도 궁금했다. 이미 무대는 나를 무대안으로 집어 넣었다.

 

 

-  특별한 커플, 특별한 의식

 

 다 시 불이 꺼지고 무대는 그들의 신혼집으로 바뀌었다. 단 몇 분도 안되는 사이에 무대는 나용두의 작업실에서 신혼여행지로 바뀌었고 그들은 커플티를 입을 신혼 커플로 바뀌었다. 이젠 신속한 무대 변화와 인물의 변화에도 신기하지 않게 되었다. 이미 난 연극에 빠져 버렸다.

 

 


 그 들은 다른 커플과 약간 다르다. 서로의 의견 대립이 생기면 그들은 꼭 내기를 한 뒤 바로 확인을 하였다. 그리고 한 가지, 그들에게는 그들만의 사랑이 있었다. 항상 그들은 내기를 하고, 지견숙의 “쌍코피”한마디에 나용두는 휴치를 풀어헤쳐 양쪽 콧구멍에 끼고 뛰기도 했다. 하지만 이들의 별난 사랑도 이내 평범한 일상이 되어 버렸다. 누구가 그렇듯 이들도 권태가 시작되었다. 나용두는 지견숙이 점점 아줌마로 변해가고 기가 세져가는 모습에 불만이 가득 찼고, 지견숙 역시 항상 권위적이고 남성 우월적인 나용두에게 불만이 싸여 갔다. 바람 필수 있으면 펴보라는 지견숙의 한마디에 나용두는 앞으로 동생으로 삼으라며 한 여자를 집으로 데려와 산다고 한다. 지견숙은 그런 나용두에게 실망하게 되고 친정으로 가출하게 된다.


 

 - 어쩔수 없는 권태...

 

 그 들의 모습은 점점 예전의 모습을 잃어 가고 있었다. 그들은 지금 자신들의 모습에 서로 후회를 하며 서로를 다시 찾게 된다. 이 부부에게 다리가 되어주는, 또 이들에게 공통분모가 되게 하는 것은 ‘내기‘이다. 그들은 항상 자신들의 문제가 닥치게 되면 내기를 하고, 내기의 조건으로 화해나 중제를 선택한다. 마치 영화 <러브 미 이프 유 대어 (Love Me If You Dare, Jeux D'Enfants, 2003)>에서 나오는 두 어린 주인공들 같이 내기는 이들을 잡아주는 끈이 되어 준다.

 


 

 

 

 - 누가 이기나 함 해 봅시다!


 마 지막 장면도 내기다. 죽음 직전에 있는 지견숙은 내기에서 이겨 나용두에게 대형 냉장고를 사달라고 한다. 하지만 돈이 없는 용두는 지견숙을 위해 대형 냉장고 안으로 들어가 퍼포먼스를 벌이며 극은 막을 내린다. 뭐 간단히 보자면 이런 이야기는 여기 저기 난무하는 소설, 만화, 영화, 연극일지 모른다. 인터넷에서 떠다니는 짧은 게시물 일수도 있다.  <용띠위에 개띠>도 그런 류이지만 이 극이 그런 이야기와 다르다는 것은 나용두 역을 맡은 <이도경>과 지견숙 역을 맡은 <백채연, 박은주 - 두 명이 번가라가며 연극한다고 한다.>의 연기에 있을 것이다. 이 극은 올해로 8년째 장기 공연 중이고 25만 명이 관람했다. 올해 공연도 역시 연장 공연이다. 단지 이 이야기가 아름다워 인기가 많은 것 이였다면, 책으로 출판되어 베스트셀러가 되었을 것이다. 이 스토리가 배경이라면 이 두 연기자는 이 배경 안에 그려지는 그림인 것 같다. 처음에 들어갔을 때 느꼈던 나의 꺾인 기대가 극장에서 나올 때는 따뜻하고 큰 감동으로 바뀌어졌다. 이번 연극은 나에게 영상물의 또 다른 세계를 느끼게 해주었다.

 

 

-PS.

 정 말 오랫만에 페이퍼 한장을 그려 넣은것 같습니다.  요즘 페이퍼에 전혀 신경을 않써서.. 영화는 많이 보지만 글에는 손이 않닿는것 같습니다. 나중에 마음에 여유가 생기면 자주자주 업데이트 하겠습니다. 이번에는 연극을 한편 올려봤습니다. 학교 과제 때문에 쓴 글이긴 하지만 정말 재미있는 연극입니다. 꼭 추천하고 싶습니다. 저도 연극은 이 작품이 처음이라 뭐라 말해 드릴순 없지만 처음 연극본 사람으로서 다시 연극을 봐야지 라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럼 좋은 하루 되십시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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