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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ey] 차기정부에 거는 SW업계의 기대 - 상명대 교수 / 마크애니 대표이사 최종욱

FreeEnd 2008. 7. 17. 1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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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기정부에 거는 SW업계의 기대


SW업계의 대표적인 기업인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의 영업수익률은 평균 30% 정도다. MS의 지난해 매출액은 510억달러, 우리 돈으로 약 50조원에 이른다. 순이익은 14조원으로, 수익률이 28% 정도다. 지난해 구글은 100억달러 매출에 순이익 30억달러를 기록했다. 오라클·SAP·아마존 등의 소프트웨어(SW) 기업도 비슷한 수익성을 보인다. SW산업은 일단 성공만 하면 ‘황금알을 낳는 거위’ 역할을 한다.

 그런데 국내의 SW기업은 안철수연구소·한글과컴퓨터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이 적자에 허덕인다. 아직도 SW는 하드웨어(HW)의 부속품 정도로 폄하하고, ‘똑같은 물건을 복사해서 파는데 싸게 주면 안 되냐’고 질문을 하거나 ‘(SW 구매가격을 줄이는 방식으로) 국민의 혈세를 아껴서 국가에 도움이 돼야 한다’고 생각하는 공무원이 많기 때문이다. 물론 사기업에서도 마찬가지다. 한쪽에서는 SW를 살리자고 외치지만 SW구매 담당자들은 싸게 사야만 칭찬받고 승진하는 세상이다.

 참여정부에서 SW의 중요성을 인식하게 된 것은 다행이다.


의 료기기·전화기·자동차의 모든 성능은 사실상 기계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SW에서 차별화된다는 점을 이제나마 이해한 것이다. 휴대폰을 보더라도 그 속에 들어가는 SW는 아무나 만들 수 없기 때문에 국산 제품이 비싸게 팔리는 것이다. 의료기기 40.9%, 전투기 51.4%, 자동차 52.4%, 휴대폰 54.3%의 비용이 SW개발에 쓰이고 있다.

  이미 TV·냉장고·라디오·녹음기 등 가전 시장을 점령하고 있는 중국의 공격을 피해가기 위해서는 SW산업이 미래의 방향이라고 판단한 것 역시 바람직하다. SW분야는 아직 중국의 추격에서 약간의 여유가 있다. 이는 SW개발에 사회적인 인식과 인프라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인도의 SW기업이 규모는 크지만 아직도 자기 브랜드를 갖지 못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아직도 정부 공공기관이 ‘저가 구매’를 당연시하는 풍토에서는 SW산업이 발을 붙이기 힘들다.

  우리 사회의 저가구조는 부실 SW의 양산과 출혈경쟁으로 이어진다. SW산업의 붕괴라는 악순환에 빠진다. 새로운 아이디어와 기술 개발보다는 외국산을 베끼는 SW가 시장에 넘쳐나고, 부실한 SW기업이 질 좋은 SW의 개발을 가로막는 현상이 나타난다. 라면값이나 건지겠다고 제품을 공짜에 가까운 가격으로 납품하겠다는 업체들이 난립하고 있다. 지난 2001년부터 2005년까지 통계에 따르면 패키지 SW를 개발하는 업체의 종사자는 3만6000명에서 2만8000명으로 연간 5.9%씩 줄어들고 있다. 그러나 업체 수는 2001년의 2313개로부터 2006년의 2458개로 연간 1.2% 증가했다. 종업원 수가 줄어드는데 기업 수가 늘어난다는 것은 SW기업이 소형화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저가 경쟁이 불가피해지는 구조다.

  저가경쟁의 피해는 고객에게 그리고 SW를 개발하는 기업에 돌아간다. 건설현장에서 원가를 아끼기 위한 자가 발주가 부실 공사로 이어지는 것과 같다. 비록 건물이 무너지고 인명을 다치는 일은 없지만 부실 SW는 결국 끝없는 고장과 유지 보수 그리고 성능 저하로 연결된다. SW개발 업체들이 출혈경쟁과 저가경쟁에 시달리다 보니 결국은 저임금으로 이어지고, 대학의 전산관련 학과에는 지속적으로 학생들이 줄어든다. 빌 게이츠를 꿈꾸는 젊은이는 대학 졸업 후 금융권의 50∼70%밖에 되지 않는 초봉에 절망한다. 부실 SW개발이 결국 한 바퀴 돌아 SW업체들의 구인난으로 이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지금 SW업계가 바라는 것은 정부의 자금지원도 아니고 국산 SW에 대한 특혜도 아니다. ‘실용적’이고 합리적인 수준으로 SW를 사달라고 하는 것이다. SW수출을 위해 미국이나 일본·유럽을 가보면 SW 가격이 정말 높다. 심지어 동남아도 우리나라보다는 몇 배나 높은 가격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SW업체들이 뿌리박고 있는 한국 땅에서 제대로 값을 받지 못한다면 질 좋은 인력을 고용할 수도 없고, 더구나 수출을 위한 마케팅 여력이 있을 수 없다. SW를 선진국처럼 제값만 주고 사준다면 정부가 바라는 해외 수출도, 청년실업 해소도 가능할 것이다. 연구지원이라는 명목으로 겨우 먹고살 정도로 여러 회사를 모아 놓고 푼돈을 지원해주는 것보다는 좋은 SW를 개발하면 ‘떼돈’을 벌게 하는 것이 정부가 바라는 SW산업의 진흥책이라고 생각한다. 저가 문제만 해결한다면 이 땅에서 SW사업 한번 해볼 만하다.

최종욱(마크애니 대표이사·상명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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